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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친다는 것에 관한 단상

작성자 : 부일외고, 박민영 선생님 등록일 : 2016-11-28 조회수 :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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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가 쓴 <지식의 쇠퇴>라는 책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  매우 불온(?)해 보이는 이 말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일리가 있다.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정답이 있는 시대에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거다. 그런데 21세기는 ‘답이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주입식으로 답을 가르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이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나름대로 답을 찾을 수 있게 조력하고 도와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오마에 선생의 주장이다.
(그는 'Empowerment'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학생들에게 미지의 길로 나아가는 용기와 근성을 부여할 것을 권면한다.)
 
선생은 덴마크나 핀란드 같은 교육 선진국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하나의 결론(답)을 가르치지 않고 다면적인 견해에 눈뜨게 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데, 일본은 아직도 주입식 교육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일본의 집단지성 전체가 쇠락하고 있다고 여긴다. 책의 제목처럼 ‘지식의 쇠퇴’를 우려하는 것이다. 일본과 교육 제도와 풍토가 매우 유사한 한국의 교육 관계자들도 경청해야 할 지적이다.
 
<침묵으로 가르치기>라는 책을 쓴 핀켈은 비슷한 취지의 비판을 이런 표현으로 한다.
“흔히 ‘훌륭한 교사’란 학생들 넋을 빼놓을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강의를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래서 교사는 배우이고 훌륭한 강의는 멋진 공연과 같다고 한다. 누구나 학창시절에 만난 훌륭한 교사(수업)에 관한 좋은 기억 하나쯤 간직할 것이다. 열강을 듣고 감동을 받아 한껏 들뜬 마음으로 교실 문을 나선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정말 뭔가 배우긴 했을까? 5년이 지난 뒤에도 강의의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 있을까? 그러나 교사든 학생이든 이런 의문을 품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강의에 감동한 나머지 뭔가 배웠다고 믿어 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에 핀켈은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교사들의 보편적 수업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진정한 배움의 경험을 얻은 순간을 우리가 떠올려 보면, 소위 명강의식의 수업과 겹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2000년대 초반 싱가포르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싱가포르 교육부는 21세기 교사들을 어떻게 길러내야 하는가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국가적 프로젝트라는 그 보고서의 제목이 ‘Teach less, Learn more'라고 한다. ‘적게 가르치고 많이 배워라’.
오마에 겐이치나 핀켈의 교육관과 일치하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